92.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사람도 기도할 수 있을까?
알츠하이머병의 가장 큰 심리적 아픔은 기억을 점차로 잃어
버리는 것과 그에 뒤따른 성격의 변화이다.
환자와 사랑하는
이들 모두 그로 인하여 고통을 받는다.
급격한 기억 감퇴로 인
해 점차 자아를 잃어버리게 된다.
자아의식은 기억의 복잡한
양식과 우리가 일생 동안 쌓아 온 모든 것이 밀접하게 결합된
것이다.
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경험
을 해 본 사람들은 육체적 죽을 훨씬 이전에 이미 사랑하는 사
람을 잃게 된다고 말한다.
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도 하느님
게서는 어떤 것도 잊지 않는 분이심을 기억해야 한다.
우리가
하느님에 대해서 알게 된 것, 그분과 맺은 관계는 어느 하나도
잊지 않으시는 하느님(이사 49,15)의 무한하고 한결같은 마음
과 정신 속에 빠짐없이 보관되어 있다.
그런데 환자의 병세가
나빠지면서 하느님에 관한 지식이나 그분과 맺은 관계 등 살면
서 겪는 모든 사건과 체험이 점점 그의 의식에서 사라지고 해
체되는 것처럼 보인다.
이때 환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기
삶을 사랑의 희생 제물로 끊임없이 하느님께 봉헌할 수 있다.
하느님께서는 그 희생을 온전히 받아들여 승화시키신다.
이런 의미에서 환자가 기도하는 능력을 점차 잃는다 해도(고
통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)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할 수 있
다.
환자를 사랑하는 이들의 기도와 보편 교회의 기도, 성령의
기도(로마 8,26-27)가 환자와 하느님과의 관계를 위해서 끊임
없이 풍성하게 바쳐지고 있기 때문이다.
그러므로 알츠하이머
병이나 그 무엇도 그들을 하느님에게서 떼어 놓을 수 없다(로
마 8,38-39).
삶의 어려운 일을 만나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
온전히 기도에 매달려라.
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...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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